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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국학교 학생들의 만세 삼창

학생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토요일 아침 한국학교에 온다. 특히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2세 엄마들도 자녀들을 교실에 들여보내며, 젊은 부모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와 집념을 엿볼 수 있다. 주말 아침, 충분히 휴식하고 놀 수 있는 시간임에도 한국어 교과서를 펴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하다.   풀러턴 한국학교는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10개 한국학교 중 가장 많은, 약 350명의 학생이 다니는 대규모 학교다. 교장 선생님은 사랑과 정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선생님들에게도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하시는 분이다. 그 따뜻한 리더십 아래 학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정을 쏟는 선생님들, 그리고 탁자를 직접 옮기고 무거운 물통을 들며 학생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학부모 회장님의 솔선수범은 학교의 든든한 힘이다.   올해 풀러턴 한국학교의 3.1절 기념행사는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1교시에는 학생들이 태극기를 직접 만들었다. 음과 양을 나타내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도안에 색칠하고, 하늘, 물, 불, 땅을 상징하는 사괘에 정성껏 검은색을 채우며 태극기에 담긴 깊은 뜻을 배웠다.   2교시에는 유관순 열사 역할을 맡은 선생님께서 태극기가 그려진 흰 티셔츠에 검정 치마를 입고 선두에 섰고, 학생들과 TA, 교사들은 흰 상의와 검정 바지 또는 치마를 입은 채 손수 만든 태극기를 흔들며 교내를 행진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마지막으로 교무실 외벽에 부착된 큰 태극기 앞 간이 연단에 모여 애국가를 제창한 뒤, 교장 선생님께서는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학교가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말씀을 전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큰 목소리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모국을 떠나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멕시코 등지에서 독립자금을 모았던 선열들의 애국 활동은 더욱 뜻 깊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남긴 “오렌지 하나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라는 말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문학 역시 그 시대를 반영한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는 만주 일대에서 항일 투쟁을 벌이던 독립군의 의지와 고향을 떠난 동포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갑이 아제’는 만주에서 홀로 벌목일을 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한다. 강물에서 목욕한 여윈 몸에 베옷을 걸친 채, 학의 날개짓 같은 몸짓으로 참담한 현실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구구절절한 소리로 풀어낸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한 민중의 삶과 소망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다. 모국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의 학교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보다, 이곳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를 때 더욱 깊은 울림을 느낀다. 첫 소절부터 눈시울이 젖는 경험을 하곤 한다.   먼 조국의 태극기를 직접 그리며, 선열들처럼 함께 만세를 외치는 한국학교 학생들의 가슴 속엔 분명 새로운 씨앗이 심어졌을 것이다. 권정순 / 풀러턴 한국학교 교사열린광장 한국학교 학생 이곳 한국학교 대한독립 만세 한국어 교과서

2025-03-27

[오픈 업] 이중언어교육의 광장을 다녀오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매년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가 10월이 아닐까 싶다. 이달에 개천절, 한글날 등 특별한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LA총영사관, LA한국교육원, 재외동포청, 한국국제교류재단, LA한국문화원 등은 10월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한인들에게는 더 없이 뜻 깊은 일이다.   미국에는 매년 11월 열리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보통 추수감사절 한 주 전에 열리는데 ‘미국외국어교육위원회(ACTFL: American Council on Teaching of Foreign Language)’라는 콘퍼런스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교수, 언어학자들의 모임으로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논문들이 선보인다.     한국학 학자들도 참여한다. 올해도 교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강의도 들었다. 한국국제교류제단 초대로 교수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ACTFL은 외국어를 가르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을 수정하거나 강화한다. 새로운 외국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예를 들면 정규교육에 들어갈 한국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 이 단체가 권고하는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외국어 교육의 기준에는 다섯 가지 ‘C’가 있다. 주입식을 넘어서서 대화(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계(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커뮤니티(Communities)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외국어, 이중언어 교육이 불완전하다는 의미다. 이런 기준은 56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청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세계 700만 명 재외동포의 37%인 260만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국말과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주말학교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 이유다. 또한 한글이 세계 언어로 인정받아 많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시카고에서 열린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추수감사절 엿새 전에 시작해 사흘 전에 폐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6000명이 약 100가지 언어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한다. 콘퍼런스는 100여 개 언어에 관련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시작되기 전 기조연설자의 연설로 개막했다. 올해  기조연설은 교육계 인사가 아닌 저술가며 배우이자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공연락국 부국장을 역임한 칼 펜(Kal Penn: 본명 Kalpen Suresh Modi)이 맡았다.     40대인 그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스스로를 ‘브라운 페이스(황인종)’라고 자주 표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백인이 주류인 곳에 들어가 활동하기까지의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달변(達辯)인 그의 강연은 지루하지 않았다.   칼 펜은 인도말을 할 줄 알까?  그는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 차세대를 생각하게 한 그는 듬직한 모습이었다. 백인이 아니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100여 개의 언어를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희망적인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창립 140년이 된 미국현대어문학협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 코스는 1965년 약 100만 개에서 2009년 100만6000개로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미국수어(美國手語)와 성서용 히브리어 코스는 오히려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어 코스는 증가 폭이 가장 큰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인 차세대들이 한국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들도 터득하도록 응원했으면 한다. 이는 그들이 세계인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인 차세대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타 커뮤니티 학생들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이 없는 곳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류모니카, M.D.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이중언어교육 광장 외국어 이중언어 한국어 교과서 외국어 교과서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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